사랑나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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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나눔 칼럼]너의 눈과 나의 눈이 마주치던 날(2019년 9월)
작성자 : 박길화
조회 : 293
작성일 : 2020-11-25 14:31:11
너의 눈과 나의 눈이 마주치던 날
입사 후 처음 만난 아기, SOLONGO 아기
입사한지 열흘째,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아기가 있어 신생아중환자실을 방문했다.
세상과 마주하기에는 아직 힘이 부족한 1490g의 극소저체중아로 태어난 아이는
현재 호흡곤란증후군으로 신생아중환자실의 차가운 보조기구에 의지하여 숨을 쉬고 있었다.
아직 이름도 없는 이 아이를 우리는 엄마의 이름을 따라 “SOLONGO 아기”라고 부르고 있다.
이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불법체류 신분이 되었다. 부모 모두 몽골 국적의 불법체류자이기 때문이다.
신생아중환자실 앞에서 나는 길게 쉼 호흡을 했다.
입구부터 나를 압도하는 기계장치들과 긴장감으로 인해 잔뜩 움츠려든 채로 인큐베이터 안에 있는 아이와 처음 만났다.
이곳에서 아이는 얼마나 무서울까? 또 홀로 고독한 싸움을 하고 있을까?를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 왔다.
아이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고민하며 퇴근을 했다.
SOLONGO 아이는 어느새 나의 잠자리까지 따라와 있었다.
침대에 누워 이런 저런 궁리를 하던 중 낮에 찍었던 아이의 사진이 떠올라 무심하게 바라보다가 소스라치듯 놀랐다.
사진 속에서 한쪽 눈을 반쯤 뜬 아이와 나의 시선이 마주친 것이다.
낮에는 미처 발견하지 못한 모습에 나는 한참 동안 아이와 시선을 마주했다.
“저도 얼른 건강해 지고 싶어요.”,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요.”라고 외치는 듯한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떨어져 있지만 아이의 심장이 뛰는 것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그래 우리 함께 노력해 보자!
함께 살 방법을 찾아보자!
나는 아기에게 전달되길 바라며 마음속으로 간절히 힘을 실어 응원했다.
아이의 부모는 몽골 국적의 불법체류자다. 아버지는 일용직으로 농산물 상ㆍ하차 일을 하면서 150만원 남짓의 월급으로 네 식구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매달 30만원씩 집세가 나가고, 아이 엄마는 세 살배기 첫째 아이를 양육하느라 일을 하지도 못하는 형편이라고 한다.
아이의 치료비는 이미 오천만원을 넘었으며, 앞으로도 아기가 안정기에 들기까지는 한 달 정도의 치료가 더 필요하다고 한다.
지금 우리 병원 교직원들이 매달 조금씩 마련한 후원금과 여러 후원단체의 도움의 손길로 아기를 살리고 있다.
아이의 모습은 마치 새로운 직장에서 적응하고자 애쓰는 나의 모습과 닮아 있다.
낯선 세상에 와서 아직은 힘겹지만 살기위해 애쓰는 아기에게 “나도 힘을 낼게 너도 조금만 더 힘을내!”라고 응원한다.
저 작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아기에게 사랑과 관심의 손길이 닿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말이다.
※ 이 글은 2019년 9월 영남대학교의료원 매거진 '행복나눔' 칼럼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해당 글의 원본은 다음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