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읽는이야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결혼식

작성자 : 이 효 정  

조회 : 3418 

작성일 : 2010-06-25 10:4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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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말희 씨와 김후자 씨의 결혼식

메디컬에세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결혼식


- 50대 말기암 환자부부, 오랜 세월 기다려온 사랑의 배려 -


이 효 정 / 신랑 이 말 희▪신부 김 후 자의 자녀


부모님께서는 지난 5월 12일 영남대학교병원 법당에서 결혼식을 올리셨습니다. 돈 많이 벌어서 더 넉넉해지면 하자고 미뤄온 결혼식을 20년이나 지나고서야 하게 된 것입니다. 모두가 즐거워해야 할 결혼식은 눈물이 끊이질 않았고 울음바다가 됐습니다. 결혼식장에서 아버지는 종일 휠체어에 앉아계셔야 했고, 기력이 딸려서 종종 눈을 감고 계시기도 했었습니다.


▇ 말기암 환자... 20년 미뤄온 결혼식 거행 

아버지는 간암 말기 환자이십니다. 지난해 9월 처음 병에 걸린 걸 알았을 때 이미 간암 4기 판정을 받으셨죠. 지난 4월 26일 자정, 아버지는 8팩(pack)의 피를 수혈해야 할 만큼 위독한 상황에 처하셨었습니다. 먼 곳에 사는 친척들까지 병원으로 급히 오셨고, 모두가 밤을 새워가며 아버지 곁을 지켰습니다. 그 정성 덕분인지 아버지는 어느 정도 안정을 취하셨고, 간호사실에서 일반병실로 다시 왔다가 며칠 후 호스피스병동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습니다.


호스피스병동 의료진은 늘 좋은 말씀으로 편히 지낼 수 있도록 해주셨습니다. 호스피스병동으로 옮기고 얼마 후 해봉스님께서 병실에 찾아오셨습니다. 이런 게 인연일까요? 이날 스님은 원래 병원에 오는 날이 아니었는데 우연치 않게 와서 부모님과 이야기를 하시게 된 것입니다. 조촐하나마 결혼식을 하고 싶다는 말에 해봉스님은 흔쾌히 도와주기로 하셨습니다.


▇ 아픈 이 하나도 없는 세상 기원하며...

스님께서 다른 여러분께 부모님 이야기를 전해 주신 덕분에 많은 분들이 주시는 축복 속에서 결혼식을 올리게 된 것입니다. 아버지는 결혼식이 끝난 후 이제야 마음이 편하다며 감사인사를 전하셨습니다. 저 또한 많은 배려와 도움을 주신 호스피스병동 의료진, 자원봉사자님들, 또 해봉스님과 보살님들께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인사를 올립니다.


호스피스병동에 온 후로 아버지는 정말 많이 달라지셨습니다. 원래 한 성격하시긴 했었지만, 건강을 잃고 나서부터는 부쩍 예민해져서 신경질적으로 행동하시곤 했었습니다. 그러나 이곳에 온 뒤로는 일반병실보다 더 집중적으로 관리를 받을 수 있어서인지 혹은 다양한 치유프로그램 덕분인지 18년을 아버지 딸로서 함께 지냈지만, 난생 처음 아버지가 부쳐주는 부채바람에 땀을 식혔을 정도로 다정다감해지셨습니다.


우리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기에, 그저 남은 날 만큼이나마 지금처럼 편하게 웃으면서 지낼 수 있었으면 합니다.


20년 동안 마음에 담아두었던 숙제를 풀 수 있게 도와주신 호스피스병동 가족과 두 분 결혼식을 진심으로 축하해주신 많은 분들, 그리고 지금도 병마와 싸우고 계신 모든 환자분과 그 가족에게 행운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